본문 바로가기

일상

누군가를 위한 음식, 내게 남은 따뜻함

부제 :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 호의


저의 이야기입니다.
식당 문 닫을 준비를 하던 어느 늦은 밤,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한 노숙자분을 만났습니다. “먹을 것 좀 줄 수 있나요?” 그분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어요.
그날 남은 음식은 이미 모두 폐기하고 없었지만, 항상 비축해 두는 얼린 빵 한 봉지가 떠올랐습니다.
얼른 가게로 들어가 빵을 챙겨 드렸죠. 감사 인사를 건네는 그분을 뒤로하고 돌아서는데,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‘내일도 혹시 오신다면, 조금 더 준비해 두면 좋겠다.’

다음 날, 주문 마감 후 남은 재료들을 따로 포장해 두었습니다. 하지만 그날 밤, 그분은 오지 않으셨어요. 포장된 음식을 앞에 두고 고민이 되었습니다.
버리자니 음식 낭비가 마음에 걸렸고, 그렇다고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막막했어요. 결국, 이 음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밤거리로 나섰습니다.

하지만 길에서 노숙자 혹은 음식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었어요.
몇몇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“무료 음식이에요”라며 건네볼까 했지만,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, 괜히 오해받진 않을까 싶어 망설였습니다.
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, 찬바람 속에서 삼십 분 넘게 헤매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.

집 앞 마지막 번화가인 대학가를 지나던 중, 환히 불이 켜진 건물과 그곳에서 나오는 몇몇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. 컨퍼런스가 있었던 건지 늦은 밤인데도 사람들이 건물을 나서고 있었어요. ‘지금 아니면 이 음식은 결국 버려질 텐데.’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자전거를 멈췄습니다. 마침 한 남성분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. 대학교수처럼 보이는 그분은 조금 피곤해 보였어요.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말을 꺼냈습니다.

“저… 음…” 잠깐 머뭇거리다 빠르게 말을 이어갔어요.
“저는 근처 식당에서 일해요. 마감쯤에 음식을 구걸하시는 분이 있어서 포장해뒀는데 오늘은 안 오셨거든요. 그래서 남은 무료 음식이 있는데 혹시 필요하시면 드리려고요. 필요하지 않으시면 그냥 잘 보이는 곳에 놓고 갈 생각이에요.”

몇 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. 어색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그 순간, 그가 웃으며 답했습니다.
“마침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. 고맙습니다.”
그의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대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.
“받아주셔서 감사해요.”라는 말을 남기고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.

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.
너무 늦은 시각이라 그가 정말 이 음식이 필요해서 받은 건지, 아니면 저를 배려해 민망하지 않게 하려던 건지는 알 수 없어요.
하지만 분명한 건, 주려고 했던 건 저였는데도 제가 더 많은 것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는 겁니다. 마음이 따스하게 채워진 밤이었습니다.

그날 느꼈던 따스한 감정은 오랫동안 제 안에 남을 것 같습니다.
그 이후로도 남은 음식이 생기면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저만의 작은 무료 음식 전달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.
누군가를 위한 작은 호의가 또 다른 따뜻함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반복하며, 저는 그때마다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는 기분을 느낍니다.

어둠 속 떠오르는 아침 해